[의식개혁 칼럼] 가르칠 수는 없어도 배울 수는 있다
[의식개혁 칼럼] 가르칠 수는 없어도 배울 수는 있다
  • 서귀포방송
  • 승인 2021.02.17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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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근태 칼럼니스트. 한스컨설팅 대표.
미국 애크런대 공학박사. 대우자동차 최연소 이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한근태 칼럼니스트
한근태 칼럼니스트

초밥 만드는 걸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

말로 설명을 할까? 아니면 야단을 칠까?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잘 배우는 방법일까? 오노 지로(小野二郞)는 일본 최고의 초밥 명인이다. 그가 경영하는 스키야바시지로는 미슐랭 별 3개를 받은 일본 최고의 초밥집이다. 동업자들도 그의 비법을 신의 영역이라고 극찬한다.

그들의 교육방법은 한마디로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는 것'이다. 선배가 하나하나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알아서 배우도록 한다. 선배의 손놀림이나 일하는 자세를 보고 있으면 기술은 물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각까지도 알게 된다.초밥 만드는 기술을 배우는 데 20년이란 시간이 필요하지 않지만 자세나 정신까지 배우는 데 20년이 필요하다. 성실과 정직을 가르칠 수 있는가? 경청하고 사람 존중하는법을 어떻게 가르치는가? 리더십도 가르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임원과 팀장을 대상으로 하는 리더십 교육에는 한계가 있다.

뭐를 배우고 싶은가? 그걸 배우는 최선의 방법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난 필요성에 대한 간절함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배우려는 마음이 있으면 말하지 않아도 배울 수 있지만 배우려는 마음이 없으면 백날을 끼고 앉아 가르쳐도 배울 수 없다. 배움은 가르침에서 오지 않는다. 대부분의 중요한 진리를 가르칠 수 없지만 배울 수는 있다. 그런 면에서 난 불언지교(不言之敎)란 말을 좋아한다. 말은 하지 않지만 가르치는 것을 의미한다대표적인 것이 가정교육이다. 부모가 하는 걸 보면서 자식들은 자연스럽게 부모 행동을 모방한다. 학습의 첫 단계는 모방이다. 부모가 이웃에게 베풀면 자식도 베풀고, 부모가 인색하면 자식 또한 짠돌이와 짠순이가 된다.

그런 면에서 최고의 교육은 말은 하지 않지만 배우게 만드는 것이고, 최악의 교육은 목이 아프도록 가르쳤지만 전혀 배우지 못하거나 배우지 않는 것이다. 가르치는 것과 배우는 것은 완전 다른 장르의 일이다. 요즘 젊은 엄마들을 대상으로 독서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들의 최대 관심사는 육아와 교육이다. 내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애를 어떻게 키웠냐는 것이다. 난 솔직히 할 말이 없다. 우리 부부는 거의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무얼 하라고 한 적도 없고 하지 말라고 한 적도 없는 것 같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그래도 제법 반듯하게 성장해 결혼하고 사회생활을 잘하고 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주기적으로 운동하고, 음식을 절제하고, 늘 책을 끼고 살고, 남의 말을 잘 듣고 자기 생각을 잘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잘 베푼다. 최대 장점은 좋은 습관을 갖고 있다.

어떻게 살라고 가르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떻게 살지는 배울 수 있다.

최고의 교육은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고 최악의 교육은 본인은 엉망으로 살면서 말로 가르치려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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