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칼럼] 생물계절이란 무엇인가
[기상칼럼] 생물계절이란 무엇인가
  • 서귀포방송
  • 승인 2021.02.16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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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준 칼럼니스트.
국내 최초 기상전문기자.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지속경영교육원장.
제9대 기상청장(2011.2~2013.3). 전 세계기상기구(WMO) 집행위원.
(사) 한국신문방송인클럽 회장
조석준 칼럼니스트
조석준 칼럼니스트

만일 달력도 없이 산속에서 혼자 사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새의 활동이나 개나리, 철쭉이 피는 모습을 보면서 대강 그 계절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주변 동식물이 변하는 모습을 보고 계절을 예측하는 방법을 생물계절(生物季節)이라고 한다.

생물계절은 동물계절과 식물계절로 구분해서 관측한다.

먼저 생물계절을 관측하기 위해서는 표준이 되는 동식물을 정해야 한다. 이때 지정된 동식물을 지표동물 또는 지표식물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지표동식물이 될 수 있는 조건은 전국적으로 분포해야 하고 생육기간이 길어야 한다.

기상청이 지정한 지표동물은 다음과 같다. 조류로는 제비, 종달새, 뻐국새, 기러기가 있고, 파충류로는 뱀, 양서류에 개구리, 곤충류로는 나비나 매미, 반딧불, 밀잠자리 등이 있다. 지방에 따라서는 그 지역 특유의 동물을 선택할 수도 있다. 백로나 무당벌레, 꾀꼬리, 귀뚜라미, 솔잎혹파리, 고추잠자리 등이 지표동물로 정할 수 있는 것들이다.

전국에 있는 기상관서에서는 이상과 같은 지표동물에 대해서 일정한 장소에서 수시로 관찰하고 그 동태를 기록한다. 예를 들자면 언제 그 동물이 처음 나타났다가 언제 사라졌는가를 기록한다. 실물을 보지 못하고 뻐꾹새나 매미소리를 들었을 때라도 이를 기록으로 남겨서 예년 기록과 비교한다. 이 밖에도 한겨울에 때 아니게 개구리가 밖으로 나온다든가, 봄이 왔는데도 나비가 보이지 않으면 역시 이상기록으로 근거를 남겨서 다른 기상이변 기록과 비교하기도 한다.

지표식물로는 할미꽃이나 코스모스처럼 일년생이 있는가 하면, 매화나 개나리, 진달래, 무궁화 같은 관목이 있고, 그 밖에 벚나무 종류, 복숭아, 아카시아, 배나무 같은 다년생 나무들도 있다. 동물과 마찬가지로 그 지방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 식물을 지표식물로 삼을 수도 있다. 철쭉, 은행나무, 밤나무, 들국화, 목련, 감나무 등을 들 수 있겠다.

이와 같이 지표식물이 정해지면 그 식물이 싹이 트거나 꽃이 피는 날짜를 기록하고 여름에는 녹음이 우거지거나 성숙하는 정도를 관측한다. 또한 가을에는 단풍이 들거나 낙엽이 지는 시기가 언제인지를 살핀다. 이 결과를 지난 기록과 비교하면 계절의 늦고 빠름을 짐작할 수 있다.

생물계절관측을 하는데 있어 유의해야 할 점은, 우선 매년 한 장소에서 같은 식물이나 같은 종류의 동물을 대상으로 실시해야 한다. 그러므로 인공을 가미한 재배식물이나 가축 등은 지표동식물이 될 수 없다. 또 식물에 있어서는 객관적으로 정한 발육상태를 기준으로 관측한다. 예를 들어 다화성(多花性) 식물이 <개화했다는 것은 단지 몇 송이만이 피어난 것을 말하며, 만발했다는 것은 꽃송이 전체의 90퍼센트가 피었을 때를 의미한다.

생물계절관측은 여러 가지 장점도 가진다. 우선 특별한 관측시설이 필요치 않고, 관측지점도 자유롭다. 또한 기상관측소가 없는 지역에서는 생물계절관측이 매우 유용하다. 또한 농사에 있어서는 농작물의 재배한계나 재배지역을 결정할 수 있는 근거도 제시한다. 그리고 병충해의 발생을 예상할 수 있는 예고지수의 성격도 가진다.

이제부터 집에 있는 꽃이나 정원수, 혹은 주변에 있는 나무 하나를 정해서 매년 시기에 따라 그 상태를 관찰해서 기록으로 남겨보자. 아마 몇 년 후에는 훌륭한 기상자료가 될 것이고, 자연물을 사랑하는 마음도 몰라보게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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