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문명사 칼럼] 세계로 퍼진 커피의 역사
[인류문명사 칼럼] 세계로 퍼진 커피의 역사
  • 서귀포방송
  • 승인 2021.02.14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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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희 칼럼니스트.
KOTRA 밀라노 무역관장. 세종대학교 대우교수.
(저서) 유대인 이야기, 세 종교 이야기 등 다수
홍익희 칼럼니스트
홍익희 칼럼니스트

커피의 기원은 어디서 시작했을까? 몇 가지 설이 있는데, 그 중에서 525년 에티오피아가 예멘 지방을 침략한 시기에 아프리카가 원산인 커피가 아라비아로 건너갔다고 역사가들은 보고 있다. 커피라는 이름 자체가 에티오피아 커피 산지인 카파(Kaffa)라는 지역이름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9세기 이슬람 율법학자들이 커피를 먹었다는 기록이 최초로 등장한다. 당시 커피는 지금처럼 음료로 마셨던 게 아니라, 이슬람들이 밤 기도 시간에 졸음을 쫓기 위한 약으로 복용되었다. 그들은 잠을 쫓기 위해 커피열매를 씹어 먹었다.

 

이슬람 사원에서만 한정적으로 음용하던 커피가 11세기에는 일반 대중에게까지 널리 퍼졌다. 이렇게 커피가 마시는 음료로 발전한 곳이 아라비아 지역이다. 커피는 15세기 중반 콘스탄티노플에 소개되고 그곳에 세계 최초의 커피하우스가 문을 열었다. 그 무렵 서구의 커피의 독점 수입을 주도한 것도 커피의 독점 공급을 주도했던 예멘의 유대인 공동체와 교류했던 베네치아 유대인들이었다.

 

근대에 이르러 커피를 유럽에 대량으로 수입하여 전파한 사람들 역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유대인들이었다. 이 이야기는 인도판 문익점에서 비롯된다, 인도의 이슬람 승려 바바부단(Baba Budan)1600년 메카로 성지순례를 다녀오면서 이집트에 들러 커피농장에서 종자 몇 개를 숨겨 가지고 인도로 돌아왔고, 그 씨앗들이 발아하여 커피 재배에 성공했다.

 

이를 안 동인도회사의 유대인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인도에 스파이를 보내 커피원두와 묘목을 밀반출했고, 네덜란드에서 커피 재배에 성공한다. 거기서 그친 것이 아니라 동인도회사는 이 커피 묘목을 스리랑카 실론으로 가져가 대규모 농장 재배를 시도했다. 하지만 해충 피해가 워낙 커 실패했다. 유대인들은 포기하지 않고 1696년 이 커피 종자를 인도네시아 자바지역으로 가져가 커피농장을 일구는데 성공했다. 그렇게 커피의 최초 대량재배는 아시아에서 시작되었고, 이로써 유대인들은 커피 재배와 커피 교역을 모두 주도하게 된다.

 

그 뒤 70년 동안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는 인도네시아의 플랜테이션에서 커피를 대규모로 재배했다. 1740년에는 자바에서 필리핀 지역으로까지 커피가 전파되어 재배되었다. 이후 커피는 네덜란드의 가장 인기 있는 음료가 되었다. 1800년대 들어 동인도회사는 인도네시아 농민들에게도 커피, 설탕, 인디고를 강제 경작케 했다. 그리고 이를 거둬들여 유럽시장에 팔았다. 그 수익은 1850년대 네덜란드 재정 수입의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 이를 갖고 네덜란드 정부는 부채를 갚고 운하와 도로를 건설하는데 썼다.

 

네덜란드는 아메리카 식민지에도 커피를 전파했다. 1715년 암스테르담 식물원 커피 묘목을 가이아나에 옮긴 것이 최초이다. 이후 커피는 수리남과 카리브 해의 식민지로 옮겨져 재배되었다. 수리남에서 자라던 커피는 이후 브라질로 들어갔고, 최상의 재배조건 덕분에 주변 남미 국가로 전파되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커피 생산국들, 소위 커피 벨트는 주로 적도 중심으로 집중되어 있는 반면, 소비국은 대부분 북반구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이 네덜란드의 교역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네덜란드는 멀리 떨어진 생산지와 소비지 사이를 이어주려 세계의 바다를 오가며 독과점 체제를 구축했다.

 

한국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커피 메뉴가 뭐냐고 하면, 역시나 단연 아메리카노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이 그 이름에 대한 의문이 한번쯤 있었겠지만, 아메리카노는 정말로 미국에서 탄생한 메뉴다. 아메리카노는 1773년 발생한 보스턴 차 사건과 관련이 있다. 식민지 당시 미국인들은 차를 즐겨 마셨는데, 영국이 수입 차에 상당한 세금을 부과했다. 이에 반발한 미국인들은 수입 차 불매운동을 하며, 대체 음료로 커피를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은 홍차를 마시던 버릇 때문에 쓴 커피도 홍차와 비슷하게 만들어 마셨다. 진한 에스프레소에 물을 타서 묽게 만들면 색깔도 진한 홍차와 비슷해지고 맛도 차와 가까워진다. 그렇게 해서 미국에선 차 대신 연한 커피, 곧 아메리카노가 유행하게 되었다. 커피는 각성 작용이 강해 활력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업무 성과향상에 도움을 주는 특성 덕분에, 이후 미국에 어울리는 문화로 정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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