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개혁 칼럼] 맥도날드는 햄버거로 돈을 벌지 않는다
[의식개혁 칼럼] 맥도날드는 햄버거로 돈을 벌지 않는다
  • 서귀포방송
  • 승인 2021.02.04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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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근태 칼럼니스트. 한스컨설팅 대표.
미국 애크런대 공학박사. 대우자동차 최연소 이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한근태 칼럼니스트
한근태 칼럼니스트

얼마 전 <더 파운더 The Founder)라는 영화를 봤다. 맥도날드란 회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생생한 역사를 그린 영화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주인공 레이 크록은 밀크셰이크 기계를 파는 영업 사원이다. 전국을 누비며 그 일을 한다. 어느 날 서부에서 무려 6개나 기계 주문이 들어왔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그는 실제 그 음식점엘 가봤다. 햄버거 가게인데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호기심에 그도 줄을 서서 햄버거를 주문했다. 돈을 내자마자 바로 햄버거를 준다. 이제까지 주문 후 늘 10분 이상을 기다렸던 그에게는 신기한 일이었다. 나중에 맥도날드 형제가 가게를 구경시켜주며 30초 시스템을 설명한다. 빠른 시간 안에 주문을 처리할 수 있게끔 시스템을 만들었고 덕분에 사람들이 환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순간 그는 이게 엄청난 일임을 눈치챈다. 이를 프랜차이즈로 하면 대박이란 생각을 하고 맥도날드 형제와 계약을 맺고 맥도날드를 확산시키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장사는 잘되는데 현금이 돌지 않아 고전한다. 그때 어떤 귀인이 나타나 이런 질문을 던진다. “프랜차이즈를 12개나 만들었는데 돈이 부족하다는 건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당신은 이 업의 본질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무엇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레이 크록은 햄버거 1개당 매출의 10퍼센트를 받는 게 수익이라고 답한다. 그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이 업의 본질은 부동산이다. 부동산을 구입해 프랜차이즈를 내고 임대료를 받고 그걸로 프랜차이즈를 통제해야 한다.”

이후 그는 방향을 완전히 바꾼다. 맥도날드부동산이란 회사를 만들어 가격이 오를 만한 곳에 부동산을 사고 거기에 가게를 오픈한다. 덕분에 갑부가 된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동산을 가진 회사는 맥도날드다. 보통 사람들은 맥도날드가 햄버거를 팔아 돈을 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그들 업의 본질은 부동산이다.

생산성의 핵심 중 핵심은 방향성이다. 방향성이란 업의 본질을 말한다. 도대체 우리가 하는 일의 본질이 뭐냐는 것이다. 참 중요하지만 어려운 질문이다. 업의 본질을 잘못 알면 열심히 일하지만 남는 게 없다. 애는 쓰지만 애쓴 결과를 얻지 못한다. 반면에 업의 본질을 알면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를 쓰지 않고 영양가 있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 적은 노력으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생산성이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정말 해야 할 일에 에너지를 쓰는 것이다.

장사가 안 된다는 서점도 내가 보기엔 업의 본질에 대한 고민이 적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왜 서점에 올까? 책을 사러 온다? 물론 맞다. 그런데 왜 책을 사러 올까? 뭔가 나름의 고민과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각자 가진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현재 서점은 어떤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서점에 와서 과연 자기 고민을 해결할 수 있을까?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생전 책을 사지 않던 사람들이 수많은 책 중에서 어떻게 자신에게 맞는 책을 찾을 수 있을까? 나같이 책을 보는 게 직업인 사람도 어려운데 일반인이 그걸 찾으면 기적이다. 대충 둘러 둘러보고 베스트셀러 위주로 한두 권 구입한다. 실망하거나 좌절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 다시는 서점을 찾지 않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실망이 쌓이고 쌓여 책 안 읽는 대한민국이 된 것이다.

한국인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하는데 거기에는 출판사와 서점의 책임도 적지 않다. 만약 약방처럼 서점을 꾸밀 수 있다면 어떨까? 서점 주인이 약사처럼 웬만한 고민에 대한 처방을 하고, 그에 맞는 책을 몇 권 추천하여, 그중 하나를 고객이 살 수 있다면 어떨까? 서점의 본질은 큐레이션이다. 좋은 책을 추천해 고객으로 하여금 자신에게 맞는 책을 사게 만드는 것이다. 실제 영국의 체인워터스톤스라는 서점은 적자를 보다가 큐레이션을 중시하는 사장을 영입한 후 흑자로 돌아섰다. 내가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도 서점에서 약사처럼 일하는 것이다.

생산성의 출발은 업을 재정의하는 것이다.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 맞는지를 재점검하는 것이다. 엉뚱한 일에 애써봤자 힘만 빠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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