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칼럼] 날씨의 신
[기상칼럼] 날씨의 신
  • 서귀포방송
  • 승인 2020.12.23 02: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석준 칼럼니스트.
국내 최초 기상전문기자.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지속경영교육원장.
제9대 기상청장(2011.2~2013.3). 전 세계기상기구(WMO) 집행위원.
(사) 한국신문방송인클럽 회장
조석준 칼럼니스트
조석준 칼럼니스트

날씨나 기후현상은 햇빛, , 공기가 지형이나 위도 등 지구의 여러 조건과 연계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금은 많은 현상이 과학적으로 밝혀졌지만, 날씨나 기후가 가져오는 재앙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옛날부터 사람들은 자연현상 가운데 날씨처럼 심술궂은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농민들은 가뭄에 시달리고 어부들은 폭풍우 때문에 목숨을 잃기도 했으니 말이다. 사람들은 이처럼 변덕스러운 날씨는 신의 뜻에 의해서 생겨난다고 믿었다.

이러한 현상들을 설명하기 위해서 생각해낸 것이 바로 날씨의 신>이다. 이 같은 사실은 세계 각국에 있는 고대신화에도 잘 나타나 있다. 지구상에서 날씨의 신을 가장 많이 가진 민족은 고대 그리스인이었다. 그들은 올림프스의 제왕인 제우스가 벼락을 무기로 가졌다고 믿었고, 여신 이리스가 무지개를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이른 아침 풀잎에 맺혀 있는 이슬은 새벽의 여신 에오스가 해뜰 때 눈이 부셔서 흘리는 눈물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바람의 신인 아이올루스는 우람한 가슴에다 폭풍을 넣은 긴 주머니를 몸에 감고 다녔다. 그러다가 그가 입김을 뿜으면 그것이 세찬 폭풍우로 변한다고 여겼다.

날씨 가운데는 주로 거칠고 사나운 기상현상이 신과 관계있는 것으로 표현된다. 호주의 원주민들이 섬기는 왈라 - 운다유아라는 번개의 신은 장마비가 오기 시작하면 구름 위에 올라가서 번개를 친다고 한다. 북구인들이 섬기는 토르라는 신은 자비로운 비를 뿌려주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혹독한 폭풍을 만들어내고 빨갛게 달군 쇠망치로 번개를 일으킨다고 한다. 이 밖에 100가지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인도의 신 인드라는 폭풍이나 다른 기상현상을 다스릴 뿐만 아니라 대지를 지탱하고 하늘을 떠받치는 한편, 착한 사람에게 상을 주기도 한다고 전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 동양 3국에도 날씨의 신이 존재했다. 우리나라의 단군신화를 보면, 천상세계에 머물던 환웅천왕이 무리 3천 명과 함께 지금의 묘향산 부근 신단수에 내려와 신시를 세웠다는 기록이 있다. 이때 그는 바람을 다스리는 <풍백>, 비의 신 <우사>, 구름의 신 <운사> 등 세 명의 부하 신을 데리고 와서 농사, 생명, 형벌 등 360 여 가지 일들을 주재하고 백성을 다스렸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세 명의 신이 날씨를 다스렸다. 모신(母神)은 벼락과 폭풍을 만들고, 주신(主神)은 비를 다스렸으며, 바람은 젊은 신들이 맡았다. 특히 천둥의 신 레이 첸 추는 불을 등에 지고, 옆구리에는 북을 차고 다니면서 천둥소리를 울렸으며, 손에 든 도끼로는 벼락이 치는 것처럼 나무를 찍어서 쓰러뜨렸다고 한다.

일본의 바람 신인 풍신(風神)은 어깨에 커다란 주머니를 지고 다녔다고 한다. 이 주머니에서 산들바람부터 태풍까지 마음대로 내보낸다는 것이다. 또한 대만의 풍신인 흉쿵은 우리나라와 동남아를 휩쓰는 태풍을 일으키며, 거대한 새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세계 각국에는 그들만이 가지는 날씨의 신들이 있다.

그래서 날씨가 나쁠 때는 신에게 제사를 지낸다. 예를 들어 가뭄이 들었을 때는 불을 피우고 연기를 내면서 기우제(祈雨祭)를 지냈고, 배들은 출항에 앞서 폭풍의 신에게 무사귀환을 빌기도 했다. 오늘날에 이르러 날씨는 신의 뜻이 아니라 자연현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자연을 두려워하는 마음만은 여전하다.

서귀포방송을 응원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이 서귀포방송에 큰 힘이 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0 / 400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