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영칼럼] 더 이상 갈라파고스는 없다
[글로벌 경영칼럼] 더 이상 갈라파고스는 없다
  • 서귀포방송
  • 승인 2020.12.01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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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충 칼럼니스트. 도시계획박사.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청장. 주 우루과이 대사. 울산도시공사 사장
최연충 칼럼니스트
최연충 칼럼니스트

세상 물정 모르는, 엉뚱한 얘기를 늘어놓는 사람을 두고 흔히 갈라파고스에서 왔나?”라고 퉁을 주는 경우가 있다.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독불장군식 언행을 빗대는 표현이다. 갈라파고스가 어떤 곳이길래 이런 말이 나왔을까. 갈라파고스는 남미대륙으로부터 서쪽으로 약 1,000km 떨어져 있는 태평양상의 섬이다. 크고 작은 19개의 화산섬과 암초로 이루어진 군도(群島)로서 에콰도르 영토에 속한다. 갈라파고스 땅거북과 이구아나 등 희귀동식물의 서식지이기도 하여, 살아있는 자연사 박물관으로 불린다.

1835년 찰스 다윈은 영국해군 측량선인 비글호에 박물학자로 승선하여 세계를 항해하던 중 이 섬을 들르게 된다. 그는 이곳의 고유 동식물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그 생태를 조사, 정리하여 훗날 진화론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 섬이 바깥 세상과 완전히 격리되어 독자적인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특정 종의 진화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무대를 제공한 셈이다.

태평양 동쪽에는 세상과 동떨어져 외로이 떠있는 또 다른 화산섬이 있다. 칠레 영토에 속하는 이스터섬(Easter Island)이다. 현지인들은 라파 누이(Rapa Nui)라고 부른다. “커다란 땅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폴리네시아 제도의 끝에 위치한 이 섬은 칠레 본토로부터 무려 3,500km나 떨어져 있다. 아득한 옛날 폴리네시아인들이 카누를 타고 건너와 살기 시작한 이래 독자적인 문화와 풍습을 유지해왔다.

1722년 네덜란드 탐험가 야콥 로게벤이 발견하면서 섬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고, 이후 19세기에 자행된 노예사냥, 천연두의 유행, 그리고 부족간 전쟁 등의 요인이 겹쳐 원주민들은 거의 멸족되었다. 이 섬은 불가사의한 거대 석상들이 있어 세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모아이(Moai) 석상으로 불리는 이 거석상은 모두 887개로서, 높이가 3.5m~5.5m에 이르며 큰 것은 무게가 90톤이나 나간다. 모두 바다를 등지고 서있는 점도 이채롭다. 이 거대한 석상들을 무슨 목적으로 만들었으며, 또 어떻게 채석장에서 바닷가까지 옮겨 세웠는지는 가설만 무성할 뿐, 그 누구도 모른다.

이처럼 갈라파고스나 이스터섬 모두 오랫동안 세상과 단절된 채 고유한 생태계를 유지해왔지만, 더는 아니다. 갈라파고스는 오늘날 마추픽추, 이구아수 폭포와 함께 남미의 3대 관광명소로 꼽힐 만큼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생태계는 훼손되기 마련이다. 에콰도르 정부가 갈라파고스의 자연환경과 고유 동식물을 보전하기 위해 나름대로 애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 섬에서만 사는 고유종인 땅거북의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이 갈라파고스가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이스터섬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하기야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청정지역인 남극에도 과학 탐사 명목으로 영구시설들이 속속 들어서고 인간의 발길이 무수히 이어지고 있으니 다른 곳은 더 말해서 무얼 하랴.

자연생태계뿐만이 아니다. 산업생태계도, 도시생태계도, 학문의 영역도 세찬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이젠 골방에 틀어박혀 한 분야만 외곬으로 파고들거나 독야청청해서는 살아남기 어려운 세상이다. 연관되는 지식과 동향을 두루 살피고 접목시켜야 시장에서 먹혀드는 최선의 방안을 찾아낼 수 있다. 협업, 통섭, 연결, 네트워킹이 곧 경쟁력이다. 그것이 상생과 조화로 통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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