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충의 글로벌칼럼] 라틴아메리카, 어떤 곳인가?
[최연충의 글로벌칼럼] 라틴아메리카, 어떤 곳인가?
  • 서귀포방송
  • 승인 2020.10.04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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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충 칼럼니스트
도시계획박사.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청장. 주 우루과이 대사. 울산도시공사 사장
최연충 칼럼니스트
최연충 칼럼니스트

라틴아메리카는 우리가 흔히 중남미라고 뭉뚱그려 부르는 지역이다. 우리에게는 공간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그런데 이 지역에 관한 뉴스가 최근 들어서 우리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대체로 부정적인 내용들이다. 예컨대, 아르헨티나가 다시 디폴트 위기를 맞고 있다느니 베네수엘라 사태가 더욱 혼미해지고 있다느니 브라질의 아마존 열대우림이 갈수록 황폐화되고 있다느니 하는 것들이다.

물론 요즘 그곳의 사정은 전반적으로 보아 썩 좋지는 않다. 그렇다고 그게 전부는 아니다. 밝고 긍정적인 면은 왜 없겠는가 ?

공간적 범위로 보면 라틴아메리카는 북미대륙의 남단에 위치한 멕시코에서부터 시작해 중미지역을 거쳐 남미대륙에 이르는 광대한 영역을 아우른다. 여기에는 카리브해에 산재해 있는 군소 도서국가들도 포함되는데, 나라 수로는 총 33개국에 이른다. 전체 면적은 2,053로 전 세계 육지 면적의 약 1/5에 해당하며, 권역내 인구는 6억 명을 웃돌아 전 세계 인구의 약 10%를 차지한다.

원유를 비롯하여 철광석, 구리, 보크사이트 등 광물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17세기 이후 영국이 선점했던 북미지역을 앵글로아메리카라고 구분하면서, 나머지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지배했던 지역을 라틴아메리카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 지역에서는 대부분 스페인어를 쓰고 있지만, 예외적으로 브라질은 포르투갈어를, 벨리즈는 영어를, 아이티는 불어를, 수리남은 네덜란드어를 공용어로 쓴다.

우리는 1492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고 배웠다. 하지만 이는 철저히 유럽인의 시각에서 보는 관점일 뿐이다. 그곳에는 콜럼버스가 오기 훨씬 전부터 고도의 문명을 이룬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기원전 150년 무렵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마야 문명을 비롯하여 멕시코 고원지대에 터를 잡았던 아즈텍 문명, 안데스의 광대한 영역을 지배했던 잉카 문명이 모두 그곳에서 꽃을 피웠다.

그런즉 1492년의 역사적 사건은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의 만남 또는 두 문명세계의 조우라고 기술하는 게 옳다. 콜럼버스가 처음 도착한 곳이 문명과는 거리가 멀었던 바하마지역이었던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거기가 아니고 마야 문명이 있었던 유카탄반도였거나 잉카 문명의 영향권이었던 남미대륙 북단 쪽으로 상륙했더라면 그 후의 신대륙 역사는 사뭇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부질없는 가정일 뿐. 16세기 이후 신대륙이 실제로 맞닥뜨렸던 현실은 참혹하기만 했다. 정복자들이 저지른 무차별적인 살육과 가혹한 착취, 중노동으로 원주민들은 속절없이 죽어나갔다. 15세기말 아메리카 대륙에는 약 8천만 명의 원주민이 살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그런데 16세기말에는 이 숫자가 8백만 명으로 줄어든다. 불과 100년 만에 전체 인구의 90%가 희생된 것이다. 인류 역사상 최대의 인종학살이었다.

노동력 부족에 직면한 식민지배자들은 아프리카로부터 흑인노예들을 마구잡이로 들여온다. 18세기말까지 아메리카로 끌려온 흑인노예의 수는 95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아메리카는 백인과 원주민, 흑인이 여러 갈래로 뒤섞이는 혼혈의 땅이 되었고, 이는 오늘날까지 갖가지 사회문제와 결부되어 골칫거리를 안겨주곤 한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300년에 걸친 식민지배가 끝나고 라틴아메리카 각국은 대부분 1810~1825년 사이에 독립을 쟁취했다. 그러나 형식과 실질을 갖춘 독립국가로 나아가는 길은 험난했다. 경제기반은 취약했고 그나마 모든 자원은 까우디요(Caudillo)라고 부르는 군벌, 토호세력들이 장악했다. 이들이 근대 라틴아메리카 정치 지형 형성에 끼친 영향력은 지대하다. 오늘날까지도 그 후손들은 각국의 정치경제 무대를 주무르며 명망가로 군림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민주화와 경제 발전이 더디게 진행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들의 의식이나 행태가 식민지 시절의 타성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국가 발전의 큰 걸림돌이다. 요컨대 독립 이후 약 200년간 라틴아메리카는 또 다시 격동의 시절을 겪는다. 곳곳에서 독재자가 나타났고 군사정권도 유행처럼 번졌다. 독재는 결국 혁명을 불렀다(멕시코, 쿠바, 니카라과). 이념과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내전의 참상을 겪기도 했다(과테말라, 콜롬비아).

라틴아메리카의 어려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하지만 이젠 희망도 보인다. 세계는 라틴아메리카가 갖고 있는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미중은 이곳에서도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여기가 안방과 다름없다. 중국은 아프리카 공략에 이어 이젠 중남미공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유럽 각국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라틴아메리카는 우리에게도 기회의 땅이다. 미국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징검다리이기도하다.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라틴아메리카를 지켜보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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