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효성을 생각하다
(기고) 효성을 생각하다
  • 서귀포방송
  • 승인 2020.02.05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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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홍(조천읍민, 시골책방지기)
김수홍
김수홍

제주 제2공항 반대 도보순례에 참여했어요. 시민운동이나 활동가와는 거리가 먼 소시민으로만 살아온 개인주의자인 제가요. 몇 년 전 제2공항 추진이 장밋빛 청사진으로 도배될 때 환경훼손이 일부 있더라도 제2공항 건설을 순리로 여겼던 제가 말이에요. 그 무렵 제주공항은 너무 혼잡했고 관광객이 더 늘어날 거라면 제2공항 건설이 합리적으로 보였거든요.

제2공항을 반대하는 소리도 들려왔어요. 제주의 가치인 청정 환경을 꼭 지켜내고, 잠깐 제주를 찾는 관광객보다 제주에서 평생을 사는 도민들이 사람답게 사는 게 더 중요하고, 관광객의 단순증가보다 수를 제한해 고부가가치화해야 한다고 했어요. 아름답고 옳은 말이지만 관광업 비중이 높은 제주에서 민생에게는 이상적인 말로 들릴 지도 모르겠다 싶었어요.

그러던 중 배점기준이나 자료조작 등 제2공항 예정지 결정이 결론을 정해놓은 쇼라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하는 소식을 들었어요. 와중에 더 갈 곳 없는 지리적 한계를 가진 섬에서 오수와 쓰레기 처리능력 부족으로 인한 사고는 계속 일어났지요. 제2공항 건설로 오랫동안 그곳에서 존재해왔던 자연과 마을과 사람과 동식물이 송두리째 사라짐을 안타깝게 여기는 활동가들의 저항소식을 들었어요. 대안부재가 슬펐지요.

얼마 전 세계적인 공항건설엔지니어링 회사인 ADPI의 보고서에서 현 공항의 관제운영시스템 개선과 보조활주로 활용으로도 정부가 예측한 장래 항공수요처리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4년여 간 숨겨왔다는 게 드러났어요. 합리적 대안을 감추고 무시한 행정과 정치의 행태에 화가 나더군요. 정부 자신이 발주한 용역결과를 숨겨왔음에 합리적 의심은 합리적 확신으로 바뀌고, 제2공항은 결국 공군기지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들었어요.

제2공항 반대 도보순례에서 종달리에서 출발하는 첫날과 부모님의 고향인 고산리 주변을 걷는 일정에 참여했어요. 거북이 등과 닮은 제주도에서 당산봉이 있는 고산리가 거북이 머리이고, 지봉이 있는 종달리를 꼬리로 보기도 해요. 거북이 해부도를 보면 똥오줌이 모이는 지점이 제2공항 예정부지 인근인 게 지속가능한 적정성장을 외면하는 개발 후유증의 상징인지도요.

도보순례 때 제주 입도조 선산이 있는 조수리의 성당지붕에 놓인 별을 보면서 활동가인 그린미나님과 “제가 카톨릭학교인 효성여고를 다녔어요.”“효성이면 새벽별이군요.”라는 대화를 나누다가 새벽별이란 곧 날이 밝을 거라는 희망이기에 아름다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조수리의 성당 지붕
조수리의 성당 지붕

몇 년 전 압도적으로 높았던 제주도민의 제2공항 찬성비율이 최근에는 기존공항 확장 58.2% vs 제2공항 건설 34.6로 뒤집혔어요. 거북이는 스스로를 뒤집지 못하지만 제주도민은 뒤집어가는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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