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귀포시 대정읍 지역 전통생활 공간 구조 구술채록이 만들어지면서 9일 대정읍 신영물행복센터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지난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공모사업 선정돼 대정역사문화연구회 12명(강요주, 강창유, 강태권, 김유정, 김철선, 김현우, 문경선, 신의주, 양신하, 이애자, 임명희, 허경종) 등 일반 채록 10명과 의례 및 성주풀이 채록 2명으로 구성돼 채록에 참여했다.
대정역사연구회는 2004년 20여명의 향토사학자를 중심의 회원으로 설립한 대정지역 역사, 문화, 연구단체로서 『원대정군지』 영인본, 평화의 탑 건립, 육해공군 3군상징탑, 『대정읍지』3권 발간, 『옛날엔 영 살아수다1』, 금번 『대정지역 전통생활 공간구조 구술 채록』을 발간했다.
대정지역은 군사유적이 산재해 있는 제주도의 남서부지역으로 가파도, 마라도를 포함하는 역사와 해양문화, 대규모 농업이 부흥하는 지역이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과 저항이 일어났던 곳이기도 하다. 특히 일제 강점기 알뜨르비행장과 한국전쟁 때는 제1훈련소가 있어 나라를 수호한 장병들을 배출하기도 한 곳이다.
<대정역사문화연구회>는 사라지고 생활사를 발굴하고, 훼손되는 역사유적을 기록함과 동시에 곳곳의 흩어진 생활문화유적과 군사유적들을 조사 연구하는 미래 지향적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회장:김유정, 부회장:문경선, 사무국장:강태권 등으로 구성됐다.
<발간내용> 현재 전통 초가의 공간을 그대로 찾아 보기는 힘이 들고, 개량됐거나 기억에만 남아있는 공간이 되었다. 대정 지역 농촌의 집들은 원래의 초가의 터를 확장하거나 개량된 현대의 집이 대부분이다. 물질적 변화의 삶이 주거 공간 구조를 바뀌게 한 것이다. 초가의 자리에 대해 기억을 찾아서, 혹은 변형된 초가 터의 대정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그려보고 지난 세월의 삶의 모습을 추적해 보았다.
전통의 가옥 구조를 보면 일반적으로 진입로인 올레, 너른 마당, 채전인 우영, 간장, 된장, 젓갈류를 보관하는 야외 공간인 장팡, 돼지가 사는 돗통(통시), 소를 키우는 쉐막, 살림집인 초가 한 채나 혹은 안거리 밖거리, 모커리 가옥 3채가 분리돼 있었고, 또 마당과 이어서 눌터와 뒷 우영이 있었다. 초가의 구조 또한 대부분 3칸에서 4칸이었고, 그것의 구조 또한 정제(정지), 쳇방, 작은 방, 마루, 안방(고팡), 큰 방, 굴묵, 난간 등으로 이루어졌다. 정제(정지)는 오래 전에는 세 개의 돌로 받치 솥덕이 3곳에 있었으나 난방을 사용하게 되면서 방과 이어진 온돌을 놓았고, 챗방은 식사를 하는 마루이며, 마루에서는 제사나 접객을 하는 공간이었다, 물론 큰 방에서 제사를 지내는 집도 있다. 대정 지역에서는 고팡을 안방이라고 하여 곡식을 보관하는 창고로 썼으며, 평소에도 늘 통쇠를 걸어두었다. 안방은 그냥 흙벽으로 두고 주먹 크기의 ‘창곰’을 내서 곡식은 차고 어둡게 보관하였으며, 공기만 겨우 통할 수 있게 만들었다. 안방에는 곡식을 보관하는 통개들이 많다. 영락리에서는 그 통개 하나에 안내(안칠성)를 모시기도 한다. 동복이나 김녕에서는 통개 속에 안칠성의 상징물을 넣는다.
온돌은 근대에 이르러 도입되어, 방 구들에 두 줄의 홈을 파서 납작한 곶돌인 아아용암으로 덮은 후에 찰흙을 발라 마감하고, 밖으로 굴뚝을 내서 연기를 배출하였다. 난방은 두 곳에서 이루어진다, 정제와 붙은 방은 솥덕과 연결하여 온돌을 만들었고, 다른 방인 경우 굴묵과 연결하여 온돌을 지폈다. 땔감은 여러 종류가 있었다. 밥을 지을 때는 솔잎, 소나무 쭉정이, 장작, 콩깍지, 조짚, 솔또롱(솔똥) 등을 사용했고, 때에 따라서 보리낭을 사용하기도 했다.
굴묵의 연료는 보리 까끄레기나 쉐똥을 사용하여 불을 지핀 후 당그네로 뜨거운 불채를 깊게 밀어넣으면 점점 방바닥이 뜨거워진다. 또 연료는 따로 눌을 눌어서 놔둔다. 연료 중에 낭뿔리가 있는데 낭뿔리는 주로 소나무 뿌리이다. 화력이 좋아서 큰일 때에 돼지고기를 삶을 때 사용한다.
또 다른 눌에는 촐눌이 있다. 촐눌은 쉐나 말을 키우는 집에 있는데 촐눌로는 감젯줄눌, 콩깍지눌, 조칲눌, 촐눌이 있다. 기본적인 쉐와 말 먹이는 촐이다. 그러나 별미처럼 꽁깍지와 조칲은 쉐와 말이 좋아하고 감젯줄은 말이 좋아한다. 그리고 깔개로 쓰는 보리낭눌은 돗통에 깔거나 비가 올 때 마당에 깔고, 또는 날래(곡식)를 널(말릴) 때 멍석 아래 깔개로 쓴다.
우영에는 채소들을 심었는데 일종의 자연 냉장고처럼 싱싱하게 그때그때 캐서 먹는다. 우영에는 나물·파·고추·가지·상추·무 등을 가꾼다. 우잣에 심는 나무로는 동백, 감나무, 비파, 피마자, 복사꽃을 심었고, 돗통 옆에는 무화과를 심는다. 초가 뒤편이나 서측에 빗물을 분산시키기 위해 양애를 심는다. 올레에 심는 꽃으로는 마농꽃, 봉숭아, 분꽃, 칸나 등을 심었다. 돗통은 정제와는 반대편에 만든다. 신화에서도 정제와 측간은 멀어야 좋다는 말이 있는데, 남선비의 본부인인 조왕 할망과 첩인 노일저대구의 똘이 사이가 좋지 않기 때문이며, 위생상으로도 멀리 있어야 한다.
쉐막에는 쉐를 키우지만 농기구를 걸어놓거나 작두를 보관하거나 남방애를 세워서 보관한다.
금번 전통 초가의 공간 구조에 대한 채록 사업은 대정역사문화연구회 10명, 의례 2명 등 12명의 글 대정지역 주민에 대한 구술 채록과 의례, 성주풀이에 대한 글 12편을 싣고 었다. 대정역사 연구회 두 번째 발간 사업인 셈이다. 대정연사연구회는 이미 2017년에 『영 살아수다』 2024년 두 번째로 『초가의 공간 구조 구술채록』를 기획했다. 매년 총서로 사라져가는 우리 문화를 기록하고자 한다. 나날이 증가하는 이주민의 시대가 되면서 제주문화는 특성이 사라지고 있고, 혼합되는 상황에 놓여있다. 제주도의 문화지각이 변동하고 있다. 공간은 마치 유기체처럼 변한다. 인구 변동, 생활방식, 삶의 질에 따르는 의식주 변화에 따라 공간이 바뀐다. 정작 중요한 것은 산업의 변화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