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022년 3월에 개장한 제주시 우도 훈데르트바서 파크는 6개월에 걸쳐 제주가 낳은 천재소년 전이수 개인전을 성공리에 마쳤다. 우도미술관이 선택한 두번째 주인공은 얼마전 최고 시청률 14.6%를 기록했던 tvN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영옥(한지민 역)의 쌍둥이 언니 영희로 열연했던 발달장애인 화가이자 배우인 정은혜 작가이다. 우도미술관은 정은혜 작가 특별전에 대한 계약을 8월 30일 두물머리 픽쳐스와 전격 체결했다.
우도미술관의 이상엽 관장은 정은혜 특별전을 위해 작가의 가족을 우도로 초청하기도 하고, 직접 양평의 작업실을 방문하는 등 많은 공을 들였다.
“우도미술관의 두번째 주인공으로 유명화가 또는 아트테이너 등을 대상으로 많은 물밑 접촉이 있었고 또 성사 단계에 이르렀지만,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한 정은혜 작가와 그녀의 그림이 훈데르트바서 파크의 설립 취지와 경영 철학에 부합하다고 판단해 경영진을 설득하기로 마음을 굳히게 됐다.
정은혜 작가의 그림은 참으로 특별하다 "그녀가 스케치하는 모습을 보면 먼저 전체적인 구도를 잡는 대신, 인물의 정수리부터 물이 흘러내리듯 그림을 그리더군요.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마치 원래 존재했지만 먼지로 뒤덮여 보이지 않던 대상을 물로 씻어내어 인물이 드러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백 개의 물’이란 뜻의 훈데르트바서의 이름과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화가가 또 있을까요?”
정 작가는 여느 발달 장애인과 다르지 않은 단조로운 생활을 하던 중 딸의 사회 생활을 도우려는 어머니의 권유로 2013년 즈음 어머니의 작업실에서 청소 등을 돕다가 그 곳에서 다른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게 되었고, 어느날 어머니에게 자신도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 어머니는 인물 사진이 인쇄되어 있는 잡지 한 장을 딸에게 건네 주었고, 딸이 그 잡지 속의 인물을 그렸던 그 날을 어머니는 결코 잊을 수 없다고 한다.
그 날 이후 온 가족은 정 작가가 양평 문호리 리버마켓에서 캐리커쳐를 그릴 수 있도록 도왔다. 만화작가였던 어머니는 딸의 작가로서의 활동을 돕기 위해 자신의 커리어도 중단했다. 그것은 딸을 사랑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가족의 생존을 위한 필연적 선택이기도 했다.
아름답게 미화된 얼굴이 아닌, ‘세상에 안 예쁜 사람은 없다’ 라는 따뜻한 시선으로 타인을 보는 정 작가의 독창적인 화법에, 많은 사람들이 그림을 의뢰했고 점점 입소문이 퍼졌다. 정 작가는 어느덧 4천명에 이르는 사람들을 화폭에 담았다.
본 전시의 기획을 맡은 장차현실 대표는 정 작가의 대표작과 독특한 캐리커쳐 그리고
장애를 넘어 꿈을 이룬 작가의 삶을 하나의 감동 스토리로 들려주고자 한다.
정 작가는 말한다. "그림은 계속 그리고 싶으면 그리고, 아니면 말아. 연기도 하고 싶으면 하고, 아니면 말고. 계속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은 이미 모든 꿈을 이루었다는 작가의 말을 들으니 그녀의 행복의 비밀이 그녀 자신에게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훈데르트바서 파크를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이 정은혜 특별전을 관람하고 꿈과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오늘도 정 작가의 가족과 우도 미술관은 전시 시공을 앞두고 최종 점검에 들어갔다.
만나면 기분 좋아지는 ‘니얼굴’ - 정은혜 특별전은 9월 8일 제주 우도 훈데르트바서 파크 내 우도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