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국 사랑

김순이 시인

2019-07-03     서귀포방송
수국축제가

중년의 사랑은

외로워 푸른빛이다

 

깊은 산 속에 피어나는

산수국 닮아 그리워하나

다가설 수 없는 식물성 사랑

 

우기의 긴 빗소리

그늘을 밟으며

자욱한 숲으로 퍼지고

가슴엔 나직한 휘파람소리

 

펴 보일 수 없으매

차라리 속으로 품어 안아

웃음 속에 눈물이 어리는

깊고 푸르른 빛

 

어쩌다 가슴을 베었는가

울 수도 없는 아픔으로

자꾸만 여위어 여위어

 

그리워질 때마다 찾아가

바라보네

비안개 속에 피는 산수국

 

김순이 시집 '제주야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