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탐라의 여명, 3권과 4권 동시 출간
부을나(부인섭)의 탈출과 고량부 세 사람의 만남과 삶의 자취를 그려
제주 출신 소설가 이성준의 탐라의 여명 3권과 4권이 동시 출간되었다. 작년 1권과 2권을 출간한데 이어 3권과 4권을 동시에 내놓은 것. 이로써 고량부 세 신인의 구체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게 됐다.
3권은 부을나로 알려져 있는 부인섭이 갈사부여의 도성에서 탈출하는 데서 시작된다. 형제의 난이 가시화되자 나이어린 인섭이 철근 사부의 도움을 받아 도성을 빠져나와 남하한다. 여러 사람의 도움과 목숨 값으로, 천신만고 끝에 하얼빈에 도착한다.
한편 갈사부여에선 형제의 난이 일어나 이복동생인 인훈이 왕위를 찬탈한다. 이로써 돌아갈 곳을 잃은 인섭은 수하들의 도움으로 하얼빈을 근거지로 삼아 무역활동을 시작하지만, 한나라 세력을 등에 업은 쫄배에게 패해 다시 도망자 신세가 된다.
3권은 이렇듯 전쟁과 갈사부여에 포커스가 맞춰진다. 그 과정에서 첩자들의 활약상이며 주군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무장들의 기개와 충성심을 잘 그려진다. 특히 첩자를 운용하던 덕돌이 도성문 앞에서 자결까지 하면서 백호군이 쳐들어온다는 소식을 전하는 장면은 비장하기까지 하다.
4권에서는 고량부 삼성이 태자도에서 만나 의형제를 맺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태자도에서 살기 위해 대형 선박을 건조하기도 하고, 그 배를 이용해 극동대혈을 찾아 수신제를 봉행하는 과정이 그려지기도 한다. 또한 영주(탐라국 이전의 주호) 사공들이 표착해오자 그들의 앞선 항해술을 배우기 위해 사공들을 파견하기도 한다.
4권은 이렇듯 전쟁보다는 고량부 삼형제의 태자도에서의 삶을 그려낸다. 포커스가 전쟁이 아닌 섬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으로 바뀐다. 그러는 중에 서민들의 소소한 삶의 모습도 그려진다.
작가는 탐라와 북방의 역사를 바로 알기를 강조한다.
“소설 속에 그려지는 고조선, 부여, 고구려, 낙랑국, 북방열국이나 산동반도의 상황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그려냈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 물론 등장인물들은 가공의 인물들이지만 등장인물들이 살아가고 활약하는 시공간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그려냈다. 만약 독자가 알고 있는 내용과 다르다면 새롭게 알아야 할 것이다.”라고. 그만큼 작가는 잊혀진, 잊어버리려는, 탐라와 북방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고자 한다.
“탐라의 역사를 통해 버려진, 내몰린, 존재들의 역사와 그들에 의해 새로 쓰여지는 역사를 기억하고 싶다. 위대함보다는 숙명을 알뜰히 감당하는 존재들의 위대성, 그 위대성을 기록하고 싶다.”는 작가의 바람이 10권의 대하소설로 어떻게 그려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학고방에서 출간됐고, 각권 24,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