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시지 화백의 그림과 시 25〕 고립

문상금 시인

2022-05-22     서귀포방송
우성

고립

                                     문상금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파도를 만나러 간다

 

허연 불면의 밤마다

그대 선물 같은 축복 같은

파도를 만나러 간다

 

서귀포 어디쯤

발가벗은 맨살로

밤새 뒤척이는 흰 파도처럼

철저히 고립되고 싶다

 

사나흘 갇혀

인정에 허기진 짐승처럼

울부짖을 때까지

 

목이 부르트다 못해

벌겋게 갈라질 때까지

 

엉금엉금 기어서

마을길을 찾아 내려갈 때까지

 

기꺼이 파도에 갇혀

그 고립의 빛나는 시간과

당당히 마주 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