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시인 시시콜콜 제주살이(20)
글 사진 정희성 농부시인
2019-02-23 서귀포방송
우수. 물은 바다에서 먼저 풀리고 있다. 새벽 내내 추적추적 봄비 오시더니만 열한시경 볕이 나 바닷가로 내려갔다. 썰기 시작한 바닷가에 갈매기 열두어 마리가 내려앉아 볕을 쬐고 있다.
조심조심 팔자걸음을 바로잡으며 걷는데 해조음이 밟힌다. 입을 닫으니 귀가 열려 우수 절기의 썰물은 반 박자 빠르게 물러나는 걸 듣는다.
바다 건너는 눈이 내려 춘래불사춘 입을 삐죽거린다는데, 제주 산남 바다는 남태평양에서 실어나른 훈풍을 내려놓고 그새 조을고 있다.
중산간 내 사는 마을 작은 뜨락에 훈풍이 먼저 다달아 괭이나물꽃을 어르고 있다. 우수 새벽비에 한 뼘은 더 자란 것일까? 철쭉이 괭이나물에 제 영토를 다 내주고 간신히 까치발로 아는 체를 한다.
담 너머 리사무소 주차장 쪽이 술렁거린다. 아차, 동부 농업기술센터 주관 감귤나무 전정 교육이 있는 날인데 깜빡 놓쳤다. 얼치기 농부인 것이 여지없이 들통난다.
마침 대보름날이다. 저녁엔 나물밥 한 끼 차려 먹고 대보름 비나리만큼은 잊지 말아야겠다.
※어제 모 당에서 전당대회란 걸 한 모양이다. 정치적 지향점이 같은 사람들이 모여 당력을 결집하고 중지를 모아 현안을 해결하는 당내 대사인 줄 알았더니, 승냥이들이 사람탈을 쓰고 울부짖는 난장판이 따로 없다. 특히 그 젊은이 가르친 선생들은 참 부끄럽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