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시인 시시콜콜 제주살이(16)
글 사진 정희성 농부시인
2019-02-12 서귀포방송
<가네코 후미코>를 끝내고 약산을 다시 꺼냈다. <약산 김원봉> 평전은 원로소설가 이원규 선배님께서 2005년 8월 출간 즉시 친필 사인을 해 후배에게 보내주신 역작이다. 가네코를 읽는 것을 넘어, 씨줄 날줄로 얽힌 기미독립투쟁 즈음의 독립운동, 투쟁사를 큰 그림으로 되새겨보기 위해서다.
또 한 권, 서가에서 다시 호명한 책이 <마지막 무관생도들>. 역시 이 선배님의 장편 노작으로 2016년 5월, 받들어 일독한 책이다. 망국의 역사 위에 내던져진 대한제국 무관학교 마지막 생도 45명의 영욕을 그린 장편 대작이다.
가네코는 자꾸 명치 끝이 아렸으나 약산을 사흘밤 곁에 두면서는 체증이 가셨다. 오늘 새벽엔 뜻모를 격정에 휘말려 여명이 걷히는 걸 뒤늦게야 알았다.
학부를 마치고 진학한 모교 국문과 대학원에서 문학석사 논문주제를 '정지용'으로 정했다. 윌북문인 족쇄가 채워진 선생의 첫 시집, 정지용시집의 복사본이라도 구하려 쏘다닐 때 어설프게 접한 이름이 약산이었다. 정지용 홍명희 김원봉 박열 등을 언급하는 것만도 불순이 되던 시절이었다. 그로부터 20년 후, 약산을 받아들고서 그 약산이 맞나 한참 경이롭게 들여다보았던 기억이 난다.
기미독립투쟁 100년!
가네코 일독과 두 권의 재독은 백면서생이 선열들께 바치는 향촉이요 경외다. 필독의 노역을 즐거움으로 바꾸어 준 가네코 발행인 윤양미 대표와 이원규 선배님께 큰절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