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실천방안 제시
거점 국립대 및 서울대 교수회 회장, 거점대 지원에 상응하는 대학의 자발적 개혁과 대학 간 협력, 정부 교육정책의 과감한 전환을 강조
거점국립대학교수회연합회는 20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선거공약화된 ‘서울대 10 대 만들기’가 예산확보 및 사전준비 작업 등 구체적 실천 방안이 없어 구호로 그치거나 부실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거국련 소속 각 대학 회장들은 ‘서울대 10개 만들기’ 가 특정 대학에 대한 무조건적 재정지원 또는 제로섬식 재정배분이 아닌 거점대 지원을 통한 국·공·사립대학 간 네트워킹 활성화를 매개로 수도권과 지방의 모든 대학이 동반할수 있는 학문-과학-산업의 상생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는데 입을 모았다.
동시에 회장들은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예산확보 및 거점대의 준비작업이 없다면, 오히려 대학 간 갈등을 초래하고 정책 자체가 부실화되는 등 여러 부작용을 초래할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국·공립대 지원방침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대학의 행정 및 재정운영 인프라를 선진화하지 않으면, 국민의 혈세로 조성한 막대한 대학지원자금이 대학의 물리적 구조조정이나 건물 및 시설의 수선비용으로 낭비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큰 문제는 예산확보이다. 집권당이 예상한 대로 거점대가 서울대 수준의 70~80% 수준의 지원을 받는데 소요되는 예산은 최소 3조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나, 이에 대한 재정확보 방안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오히려 2023년에 신설된 고등교육·평생교육지원특별 회계가 금년에 종료돼 2026년부터 고등교육 지원재정 감축이 예상된다. 초·중등 교육예산을 고등교육 재원으로 전용하는 대체재원 방안이 일각에서 거론되나 현실성이 없다.
결국 선 진국의 70%에 머물러 있는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재정을 확충하고 고특회계를 연장하지 않으면, 서울대나 수도권대학 또는 여타 국·공립대의 예산을 거점대로 몰아주는 제로섬 상황에 돌입할 우려가 크고 그렇게 된다면 대학 간 ‘제살깍기’식 경쟁과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전반적인 퇴행, 그리고 서울대-수도권대-거점대-지역대 간 반목을 불러 일으킬 것은 눈에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거점국립대 및 국립대 법인인 서울대 교수회장이 내놓은 해법은 뼈를 깍는 자체혁신을 통해 각 대학이 예산을 절감해 정부의 재정부담을 줄여주고 지원의 효율성을 극대화, 대학 간 네트워킹을 통해 필요한 교육·연구자원을 공유함으로 예산 낭비 및 중복지원을 지양하고 우수 연구자간 교류와 대학특성화를 강화, 그리고 정부 정책의 리모델링 및 제도개선을 통해 자율성 기반의 대학 경쟁력을 향상하는 것 등이다.
거국련 소속 회장들은 우리나라 대학들이 예산 확보를 위해 각종 전시성 사업을 내세우고 이에 대한 재정누수와 낭비가 심하다고 질타하고 있다. 각종 제도와 법령을 통해 대학을 촘촘히 규제하고 있는 법률들 또한 대학의 관료화와 행정 경직을 초래해 대학 경쟁력의 약화를 초래할 뿐 아니라 재정확보를 위한 대학 자체의 노력조차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음도 강하게 비판했다.
거국련 회장들은 최우선적으로 대학의 운영 투명화를 위해 회계를 전면적으로 공개하고 외부법인의 운영컨설팅 그리고 절차의 정당성 확보뿐 아닌 각 대학의 재정집행에 대한 객관적이고 엄정한 평가롤 실시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예산낭비를 미연에 막아 정부가 최소한의 지원으로도 대학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게 해 정책실현의 가능성을 높이고 대학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단지 이를 위해서 대학 스스로가 노력해야지 정부의 간섭이나 각종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서울대 및 수도권 대학이 갖춘 우수한 시설과 장비를 거점대 및 거점국립대 이외 국가중심대학 들이 활용해 시설 및 기자재의 중복투자를 회피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최근 주 목받고 있는 대학의 특성화에 기반한 대학 간 공동학위제도 교류 활성화의 마중물로 볼 수 있다.
정부나 국회의 노력 또한 필요하다. 당장 2025년에 종료되는 고특회계를 지속적으로 연장해 예산감축을 회피하면서 새로운 재원을 발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대학의 수입구조를 강화할 수 있는 자율성 보장이 필수이며, 지자체나 외부기관 등이 대학지원을 핑계로 대학운영에 간섭하는 것을 막는 조치 또한 필요하다.
지난 정부가 추진한 라이즈사업을 빌미로 지자체가 대학에 대한 지원보다 운영을 간섭하려는 시도에 대해 대학 사회의 반발이 거센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학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 또한 각종 전시성 사업이 아닌 교수나 학생에 집중돼 대학경쟁력을 점진적이고 지속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성과를 중시하는 임금시스템을 대학이 채택할 경우 인건비 증액을 대학자율에 맡겨야 하며, 교육연구 활동 강화를 지속적으로 지원해 교원의 역량과 학생의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 이 모든 노력을 통해 대학 특성화와 차별화가 이뤄지면, 대학의 구조조정 또한 순리적이고 납득가능할 수준이 될 것이다.
거국련 회장들의 제안은 ‘서울대 10개 만들기’사업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마련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인구감소에 따른 지역소멸, 수도권집중과 대학서열화, 그리고 공교육 쇠퇴와 과도한 사교육비 등 누적된 사회 문제를 교육적으로 풀기 위한 기초인프라를 만드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새 정부가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을 대대적으로 손질한 후 수도권과 지역대학 상생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사회·산업 생태계를 전국 각지에 구축하고 지역 균형발전에 기반해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길 바란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얼마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