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시인 시시콜콜 제주살이(14)

글 사진 정희성 농부시인

2019-02-06     서귀포방송

농부시인 시시콜콜 제주살이(14)

매화를 어우르는 춘설이 아니어도 꽃만한 입춘부가 있겠습니까?

건양다경 입춘대길 하나 붙일까 하다, 시언재 뜨락에 슬그머니 피어난 꽃들에 멈칫합니다. 백매는 제 흥에 겨워 한창 벌들을 부르고, 키큰 동백도 나 여기 있소 하듯 붉은 입술을 한 발이나 내밀었습니다. 수선화는 이월이면 여지없이 단아한 꽃향을 선물합니다.

지난 겨울 얻은 허리병을 다스리러 산책나온 바닷가에는 어느새 유채꽃이 꽃길을 이루었습니다. 객지살이의 설명절이라 새배객도 오지 않는 아침나절, 왼발 오른발 첫걸음마 배우는 아해처럼 허리를 곧추세우고 바닷가 모랫길을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면서 소일합니다.

바닷가 조형물 십이지신상 열두 마리에서 돼지를 찾아냈습니다. 인간 세상의 시시비비가 가소로운듯 박장대소 익살맞은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