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시인 시시콜콜 제주살이(10)
글 사진 정희성 농부시인
2019-02-06 서귀포방송
농부시인 시시콜콜 제주살이(10)
제주 시골살이는 1막 무한대장의 파란만장 극이다. 오늘이 어제 같지 않고 작년 이맘때와 올해 이맘때가 결코 비슷하지 않다.
며칠 전, 볕이 좋아 올해 첫 풀베기를 했다. 1월 중순 한겨울에 풀을 베? 제주는 그런 곳이다. 지난 해 십이월 귤수확 때 쳐낸 잔가지를 치우고 풀을 정리하니 초등학교 운동장만큼 깔끔하다.
삼년 전 이맘때는 폭설로 꼬박 사흘을 갇혀 지냈다. 아래 사진이 그 추억이다. 한 자 길이 파리채 손잡이가 쑥 들어갈 정도로 눈이 쌓여 화목난로에 고구마 구워 먹으며 연명(?)했다. 올핸 눈이 귀하다. 첫눈이랍시고 내린 눈은 한 보름 전 오는둥 마는둥 찔끔 내렸는데 그후론 감감 무소식이다.
날이 좋으니, 공사판만 신난다. 대문 바로 앞집 이장댁이 이층을 증축하느라 부산하다. 철골조를 세우는가 싶더니 나흘만에 판넬 벽체를 붙이고 지붕을 덮는다.
견물생심, 내집 옥상에도 이렇게 한 층 올릴까, 슬그머니 욕심이 생긴다. 아서라! 직박구리가 찍찍 눈치를 주며 날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