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시인 시시콜콜 제주살이(5)
글 사진 정희성 농부시인
2019-02-04 서귀포방송
농부시인 시시콜콜 제주살이(5)
책식구가 또 늘었다. 주민등록이 오래된 친구들을 창고 서재로 물리고 안채 사랑방 서가 자리를 내주기로 한다. 물리는 치보다 들이는 치가 많아 고민하다가 결국 책꽂이 위 공간을 활용키로 한다.
설렁설렁 썰고 맞추고 꿰어, 빈 공간 너비와 높이에 맞춘 책꽂이를 세 개 만들었다. 내친 김에 책정리까지 하고 나니, 남녘 창에 번진 겨울 오후의 햇살이 따사롭다.
서울 전농동, 2004년 가을부터 2009년 가을까지 만 오 년 쓰던 작업실은 창이 있었지만 서향이었고 주변 다세대 주택들의 키에 가려 어두웠다. 한 칸 작업실이 분에 넘쳤지만, 작은 덧창일지라도 남향으로 창이 나있는 서재를 꿈꾸었다. 제주에 와서 전주인이 안방처럼 쓰던 남향 미닫이방을 서재로 꾸민 사연이다.
오늘 날씨, 바람이 맵고 찹다. 로라 피지의 '사랑 이야기'(Historia De Un Amor)를 듣는데 그녀의 우아한 음색이, 창을 흔드는 강바람 탓에 자꾸 흐릿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