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평생 생명농업을 일궈온 유기농부
제주도, 평생 생명농업을 일궈온 유기농부
  • 장수익
  • 승인 2019.08.04 0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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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 천지인 고ㅇㅇ,구ㅇㅇ 부부의 너무 가슴 아픈 사연
7월 29일 오후 7시에 찍은 마지막 모습
7월 29일 오후 7시에 찍은 마지막 모습

부부는 콩과 메밀의 친환경 인증을 받았고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서 10만평의 밭을 임대해 농사를 지어왔다.

지난해엔 그림보다 더 아름답던 8만평의 매밀밭이 마지막 태풍으로 훅 가고 말았다.

그림에도 나오는 8만평 메밀밭을 포기하지 않고 올해도 기가막히게 잘 지어 빚 갚을테니 인건비 좀 빌려달라고 지인에게 부탁했다.

봄재배 작기로 2만5천평의 밭에 단호박을 재배하는데, 단호박 씨앗 1개에 520원으로 최소한 2만5천평에 식재하자면 대략 3만2천개 정도의 씨앗이 필요한데 이또한 만만치 않은 금액이라서 걱정이 앞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또한 태풍으로 감자알도 다 드러나 다시 심고, 무. 당근, 배추, 대파 등등 잘 된 것은 판로가 없어 거의 다 폐기하고 올 봄 농사 또한 감자, 비트, 미니밤호박, 옥수수, 마늘, 양파. 고추를 지었지만 2주내내 내렸던 비로 고추는 다 병들고, 다른 건 임대한 냉장고비용만 그대로 쌓여갔다.

게다가 콩수확 이후로 미뤄놨던 직원들의 인건비도 밀리기 시작했고, 직원들 보기가 참으로 민망했다.

애써 생산했지만 판로를 찾지 못해 창고에 보관한 봄감자 70t. 비트 6톤, 양파 30톤, 마늘 10톤, 미니밤호박 10톤을 팔지 못해 지인에게 수십 번 전화로 빼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부부는 마지막 죽기 3일전엔 마침 두레생협 백형호상무가 제주에 내려 왔길래 “유기농감자 좀 빼 달라고 부탁했더니 가공용으로 좀 알아봐 주겠다”고 해서 그 이야길 전했더니 마치 다 팔기나 한 것처럼 좋아하기도 했단다.

수도 없이 돈을 빌려도 늘 빚에 쪼들렸고, 특히 파종기가 되면 씨앗값을 치르기 위해 지인에게 좀 빌려 달라고 손목을 놓치않고 애원하기도 했다.

몇 년 전엔 감귤을 산더미만큼 쌓아놓고 판로를 찾지 못했다.

결국 감귤판매가 너무 늦어 신선도로 판매는 못하고, 감귤즙을 만드는 것으로 겨우 해결하기도 했다.

부부는 “늘 농사짓는 것은 천재인데....파는 것은 윤이사가 천재란 말야!‘라며 판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제주의 뜨거운 여름날 저녁 7시가 훨씬 넘은 시간 마지막 만남을 뒤로하고 120마력 트렉터를 운전해 밭으로 향했는데...

부부는 극단적 선택으로 운명을 달리했다.

윤이사는 부부를 ”지지리도 농사복이 없는 분, 가난은 나랏님도 못 구한다...“라고 표현했다.

신정현씨는 ”쓸데없는 토건사업에는 몇십조원의 돈을 쏟아붓는 정부가 농민들의 생존권은 이토록 무심하다니 분노와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고 표현했다.

부부의 마지막 가는길엔 곽금순(환경농업단체연합 회장),김영재(친환경농업인연합회장),강용(친환경자조금협회위원장),최동근(사무총장),신건준 (사무국장),바로마켓(사무국장),이경성(제주친환경연합회장),김옥임(전국여성농민회장),현동관(제주친환경사업단장),이우철(제주도농수축산국장),유지호(제주도친환경농업정책과),제주도농정주무관,연암대학교채상헌교수,제주한살림(표선,성산공동체분들),가시리마을이장과주민들,표선농협조합장,청초밭영농조합,친환경농업농부들이 슬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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