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종 칼럼] 달 착륙 50주년에 드는 상념들
[김수종 칼럼] 달 착륙 50주년에 드는 상념들
  • 서귀포방송
  • 승인 2019.07.2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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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한국일보 논설위원
© News1

7월 20일은 인류가 처음 달 표면에 착륙한 지 50돌이 되는 날이었다. 지금 환갑이 넘은 한국인들, 당시 청소년들은 흔치 않았던 흑백TV를 통해 닐 암스트롱이 아폴로11호에서 내려 무중력 상태의 달 표면에 첫발을 디딘 후 껑충껑충 뛰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할 것이다. 어쩌면 80년대 청소년들이 마이클 잭슨의 문워킹에 열광했던 것도 아폴로11호의 영향이 크지 않았을까.

세월의 빠름을 절감한다. 이제 이 세상에는 닐 암스트롱도 없고 마이클 잭슨도 없다. 그때 암스트롱이 남긴 발자국은 아직도 달 표면 ‘고요의 바다’에 그대로 남아 있을까. 아폴로 우주인들이 달 표면에 꽂았던 성조기가 그대로 있을까. 문득 드는 생각이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은 미국 시대의 전성기를 알리는 신호탄 같았다. 소련의 스푸트니크호 우주선 발사로 점화된 미국과 소련의 우주경쟁에서 미국이 우위에 서고 냉전 승리의 기초를 깔았던 시대다.

또한 혼란스러운 시대였다. 인종분규와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암살, 베트남 전쟁과 반전데모가 미국과 세계를 흔들었다. 젊은이들은 불만으로 끓었다. 부자들의 달 여행 예산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쓰라는 시위가 플로리다 우주기지를 향해 행진했다. 반핵운동, 여성운동, 환경운동이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싹트기 시작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걸핏하면 군사쿠데타가 일어났다. 중국은 문화대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세계의 젊은이들은 영국 리버풀에서 결성된 밴드 ‘비틀스’를 들으며 자유를 갈망했다.

아폴로 11호 달 착륙의 기세대로였다면 인간은 지금쯤 달에 기지를 만들고 달 관광여행이 유행했을 법하다. 미국은 1972년 아폴로 17호를 달에 착륙시킨 후 유인 달 탐사를 중단했다. 다만 미국 항공우주국은 무인 우주선을 보내 화성 목성 토성과 그 밖의 태양계 외행성을 탐사하고 있다. 달 기지건설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던 것은 냉전이 끝나면서 미소 우주경쟁이 추진력을 잃어버린 탓도 큰 것 같다.

21세기 현대인에게 달은 계수나무와 옥토끼의 낭만과 신화를 잃어버린 암석덩어리로 남아 있는 것 같다. 과학의 발달로 사람들의 거리 개념은 달라졌다. 미국에 여행 가서 5000㎞ 대륙횡단을 하는 사람들이 생겼고, 자동차 1년 주행거리가 수만 ㎞에 이르는 사람들도 많다. 비행기 타고 지구를 한 바퀴 돌며 여행하면 4만㎞가 넘는다. 이런 사람들에게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 38만㎞가 멀게 느껴질 것 같지 않다. 아마 쏟아져 나오는 우주 공상 영화가 달의 존재를 더욱 초라하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2019년 달은 다시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이 달 탐사에 야심찬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1월 달착륙선 ‘창어4호’를 달 뒷면에 착륙시켰다. 미국도 러시아도 달 뒷면에 우주선을 착륙시키지 못했다. 뒤늦게 우주 탐험에 뛰어든 중국은 막대한 자본력을 토대로 2035년 안에 달에 사람을 보낼 계획이다. 달 유인탐사를 중단했던 미국 NASA도 2024년에 유인 달 탐사선을 달로 올려 보낸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촉발로 벌어지는 달탐사 제2라운드는 자원과 군사적 가치에 중점을 둔 달기지 건설이 초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달에 대한 새로운 관심은 민간 우주벤처 기업이 벌일 달 관광 사업이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 영국인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이 창업한 ‘버진 개러틱스’ 등 우주 기업들이 상업성을 내세우며 속속 우주프로그램에 나섰다. 이들은 달 여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스페이스X는 로켓의 재사용기술을 개발하여 혁신적인 비용절약을 성공시켰다. 뉴욕에서 서울까지 비행을 위해 매번 새 보잉747 비행기를 만든다면 얼마나 비행기 여행이 비쌀까. 이런 생각이 민간 우주항공 프로그램의 기본 아이디어다. 2020년대에는 우주여행에 호기심을 가진 부자들이 이들 회사가 쏘아올린 로켓을 타고 달 궤도를 돌며 구경하거나 실제로 달에 발을 디딜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폴로 우주비행사들은 지구가 하늘에 떠 있는 모습을 처음 카메라에 담아 우리에게 보여줬다. 군데군데 구름에 감긴 푸른 지구의 모습은 아름답다. 지난 50년 동안 보고 또 보아도 싫증나지 않을 정도로 신비스럽고 평화로워 보인다. 그러나 세계는 편안하지 않다. 세계는 하루도 쉬지 않고 분쟁과 갈등에 휩싸여 있다. 기술의 발달이 가진 나라와 못 가진 나라의 불평등을 심화하고, 가진 나라 안에서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불평 등을 악화시키고 있다.

기술문명이 초래한 기후변화가 지구의 균형을 깨뜨리고 있다. 200년 동안의 산업사회가 배출한 이산화탄소로 지구는 해마다 더워지고 있다. 폭염, 산불, 태풍과 허리케인, 가뭄의 규모와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표현하기는 미흡한 ‘기후응급상황’이 우리 앞에 와 있다.

달에 기지를 건설하고 여행을 할 수는 있어도 그곳이 영원한 인류의 삶의 터전이 될 수 없다. 낮과 밤의 기온 차가 250도가 되고, 공기와 물도 없고, 살인 우주방사선이 생물을 한시도 온전하게 두지 않는다. 지구는 인간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달 착륙 반세기를 맞은 인류가 깨달아야 할 일은 우주탐사의 도전도 계속해야 하지만 아름다운 지구가 망가지지 않도록 서둘러 보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지구가 망가진 후, 달은 인류에게 아무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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