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이 시인
중년의 사랑은
외로워 푸른빛이다
깊은 산 속에 피어나는
산수국 닮아 그리워하나
다가설 수 없는 식물성 사랑
우기의 긴 빗소리
그늘을 밟으며
자욱한 숲으로 퍼지고
가슴엔 나직한 휘파람소리
펴 보일 수 없으매
차라리 속으로 품어 안아
웃음 속에 눈물이 어리는
깊고 푸르른 빛
어쩌다 가슴을 베었는가
울 수도 없는 아픔으로
자꾸만 여위어 여위어
그리워질 때마다 찾아가
바라보네
비안개 속에 피는 산수국
김순이 시집 '제주야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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