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진 쪽박이란 뜻인 함박동”은 시인의 시적 표현으로 사료된다(?)
“깨어진 쪽박이란 뜻인 함박동”은 시인의 시적 표현으로 사료된다(?)
  • 서귀포방송
  • 승인 2019.06.30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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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경우 시인

시는 언어의 예술이다. 그것도 오늘의 우리가 사용하는 국어의 예술이라는 것이다. “시가 언어의 예술이라는 깨달음에서 국어의 순화와 그 아름다움을 중시하기 시작한 때는 1930년대 시문학파에서 부터이다(문덕수 저.'오늘의 시작법' p29).” 어떤 시론서든, 이와 비슷한 말은 교과서적으로 붙어있다. 심지어 일본식 표기법으로 마구 붙여 쓴 이상의 시구에서조차도 국어를 마구잡이로, 또는 비문을 구사한 바는 없다. 그런데 쪽박과 함박도 구별 못하는 “깨어진 쪽박이란 뜻인 함박동”이란, 이 비문을 개인적인 시적표현 운운하고 있다. 누가 이렇게 말했는지 궁금하다. (지금 필자는 몹시 흥분했는지, 타자를 칠 수 없을 정도로 손이 떨린다.) 그렇다면 ‘아들이란 뜻인 아버지’, ‘개새끼란 뜻인 아이들“이라 해도 말이 된다는 것인가? 나아가 이런 말도 시구로 썼다면 시인의 시적 표현이라 할 수 있겠는가? 4.3평화문학상의 심사자들과 관계자들께서는 어느 별에서 온 사람들인가? 시가 언어의 예술이란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 아닌가? 하면 말이 아닌 헛소리가 말이 되는가? 아무리 예술적이라 해도 말이 아닌 헛소리가, 결코 시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문득 어떤 분께서 신문 기사의 댓글로 말씀하셨던 ‘아무 말 문학상’이란 말이 절로 떠오른다.        

제주4.3평화재단과 제주4.3평화문학상운영위원회는 “이와 관련 ‘문학은 과학성·사실성 보다는 예술성을 요구한다. 사전에 행정지명 오기를 파악하지 못한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오기가 당선 작품이 지니는 문학적 본질이나 작품 전체의 흐름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본심심사위원의 의견도 존중했다”고 말했다.

행정지명 오기는 그렇다 치고 그러면 “깨어진 쪽박이란 듯인 함박동”이란 이 비문에 대해서는, 왜 슬쩍 넘어가는 것인가? 문학이 과학은 아니라 하나 언어는 엄연한 ‘인문과학’임에는 틀림없다. 우리가 서로 약속한 언어의 질서 위에서 시도 있고 문학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말도 아닌 헛소리가 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시의 기능의 한 가지는 자국어를 순화하는 데에 있다. 사실성 또한 시에서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된다. 역사적 사실, 그러니까 실재한 사실까지 왜곡한 작품이 문제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술 익는 마을 마다

타는 노을 빛

한국적인 정서를 잘 살린, 참으로 아름다운 시구임엔 틀림없으나 당시의 우리의 삶과 관련해서 다시 보면, 민생과는 거리가 먼 세계관이란 평가를 받기도 하는 것이다. 

제7회 4.3평화문학상 당선작은 재차 말하지만 시가 아니다.

이 글은 4.3이란 선입견을 빼고 읽어보면 무슨 말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왜정 때에 잃어버렸는지, 한국 전쟁 때에 잃어버렸는지, 아니면 4.3때에 잃어버렸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 그저 제주의 지명에다가 당시엔 있음직하지도 않은 일들을 자기 말로 덧씌운 잡문으로서, 일종의 안내문이다. 말하자면 전체가 수식어구로 덧씌운 마을이름뿐이다. 그러니까 상위개념(잃어버린 마을)으로 범주화한 설명문인 것이다. 그리고 다시 말하거니와 본심을 본 심사위원 들 전원은 50대 후반에서부터 70대까지의 연로한 분들이다. 또 모두 지방 사람들이다. 하면 쪽박이든 함박이든 구별 못할 분들이 아니다. 그런데 저런 비문을 누구도 발견 못하였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하는가? 만일 저 글귀를 보았다면 분명 자기들이 뽑아야 할 작품이므로 원 작자에게 수정토록 하거나, 아니면 심사자 스스로 고쳐 적어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벌써 똥냄새가 진동하지 않는가? 

한편, 이와 관련해 지역의 중견 시인은 “동네 백일장도 아닌, 전국 최고 상금을 걸고 하는 제주4.3평화문학상에서 ‘오기는 오기일 뿐’이라 말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4.3역사를 훼손하는 행위이다”라며 “쪽박과 함박도 구분 못하는 심사위원들을 육지에서 초청해 제주의 4.3평화문학상 심사를 맡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기사의 한 구절이다. 
전적으로 공감하는 바이다. 
따라서 제7회 4.3 평화문학상의 당선작은 취소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또 그렇게 떳떳하다면 이, 저런 잡음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당선자의 다른 작품은 물론, 최종심에 올랐던 다른 작품들도, 원작가들에게 양해를 구할 수 있다면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런데 끝까지 블라인드 심사에다가, 다시 장막을 치고 고소고발이나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만 해서 끝날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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