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문명사 칼럼] 빈농들의 작물인 녹두와 빈대떡
[인류문명사 칼럼] 빈농들의 작물인 녹두와 빈대떡
  • 서귀포방송
  • 승인 2021.04.27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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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희 칼럼니스트.
KOTRA 밀라노 무역관장. 세종대학교 대우교수.
(저서) 유대인 이야기, 세 종교 이야기 등 다수
홍익희 칼럼니스트
홍익희 칼럼니스트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지라는 후렴구로 유명한 빈대떡 신사라는 노래가 있다. 이렇듯 빈대떡, 즉 녹두부침개는 대표적인 서민음식이다. 옛날에도 그랬다, 녹두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음식들이었다.

예로부터 손이 많이 가는 녹두는 가난한 농부들이 많이 심었던 작물이다. 춘궁기 보릿고개를 무사히 넘기는 것도 중요했지만, 보리수확 뒤 쌀 추수 때까지 버티는 것도 가난한 농부들 입장에서는 큰 문제였다.

다행히 녹두는 메마른 땅에서 비료 없이도 잘 자란다. 그래서 자기 땅이 없는 소작농들이 산비탈이나 논밭 가장자리나 모퉁이를 이용해 키울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콩에 비해 생육기간이 짧아 빨리 먹을 수 있었다. 게다가 녹두는 보리수확 뒤 곧장 씨를 뿌릴 수 있어 간작은 물론 다른 작물과 혼작도 가능했다.

하지만 이런 녹두에도 굉장한 단점이 있으니, 바로 다른 콩들과 달리 일시 수확이 어려웠다는 점이다. 녹두가 익으면 꼬투리가 벌어져 콩들이 튕겨나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줄기별로 익는 대로 나누어 수확해야 했고, 심지어 햇볕에 말려 일일이 손으로 까야 했다.

이처럼 일손이 많이 가다 보니 논마지기 깨나 있다는 농민들은 녹두재배를 꺼렸다. 그렇다 보니 녹두재배는 가난한 소작농들의 몫이었다. 녹두는 빈민들을 위한 구황작물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겨울까지 몇 번이고 수확할 수 있어 산에서 캐낸 칡가루와 섞어 면도 만들어 먹고, 당면 재료로도 쓰였다.

오래 전부터 녹두는 해독에 뛰어난 효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녹두가 해독 음식으로서 주목받은 것은 수백 년 전부터로,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녹두는 일체의 독과 주독(酒毒)을 해독하고, 가슴이 답답하고 열이 나는 증상인 번열과 피부병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고 적혀 있다.  열을 내리고 종기를 가라앉히며 갈증을 그치게 하며 오장(五臟)을 조화롭게 하여 정신을 편안하게 하는 효과가있다고 한다.  녹두의 해독작용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 한방에서는 일부 질환의 처방 시에 녹두 음식을 금하기도 한다.

녹두를 물에 담가 키우면 콩나물과 비슷하나 좀 더 가늘고 짧은 녹두 줄거리가 된다. 숙주도 녹두와 마찬가지로 해독 작용이 뛰어나며, 숙취 해소에 좋다. 녹두 줄거리는 무쳐 놓으면 맛은 있으나 금방 흐물흐물해지며 쉽게 쉬어버리는 단점이 있다.

앞서 말한 빈대떡 유래에 대한 몇 가지 설이 있는데 그중 유력한 것이 빈자들의 떡 곧 빈자떡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다. 조선시대에 흉년이 들면 거지들이 많이 생겨났다. 그러면 세도가들이 녹두부침개 곧 빈자떡(貧者)을 만들어 거지들에게 어느 댁의 적선이오.”하면서 나누어주었다고 한다. 그 뒤 손님을 대접하는 떡이라 하여 빈대떡(-손님+-대접하다+)으로 바꿔 불렀다고 한다.

녹두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게 녹두부침개다. 녹두를 물에 불려 껍질을 벗겨낸 뒤 이를 갈아 여기에 녹두를 싹 틔운 숙주나물을 넣고 돼지기름에 지져 부침개를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참으로 서민들에게 친절한 음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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