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문명사 칼럼] 세계에서 가장 크고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서해 갯벌
[인류문명사 칼럼] 세계에서 가장 크고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서해 갯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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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4.16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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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희 칼럼니스트.
KOTRA 밀라노 무역관장. 세종대학교 대우교수.
(저서) 유대인 이야기, 세 종교 이야기 등 다수
홍익희 칼럼니스트
홍익희 칼럼니스트

지구에는 5대 갯벌이 있다. 우리나라 서해 갯벌을 위시해 북해의 아덴해 갯벌,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에 3개가 있다. 그중에서도 인류의 문명이 발생한 유라시아 대륙에서 한반도의 서해 갯벌이 가장 크고 다양한 생물종을 갖고 있다.

모든 문명은 소금 획득이 가능한 곳에서만 탄생했다. 소금이 인간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물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류의 4대 문명은 모두 강 하류에서 발전했다. 사람들이 다른 지역보다 손쉽게 물과 식량, 그리고 소금과 땔감을 구할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강 하류의 퇴적층이 비옥한 농토를 제공해 농사짓기에 좋았고 바다와 가까워 소금을 구하기 쉬웠다. 그런데 여기에 갯벌이 발달해 있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왜냐하면 갯벌에는 수많은 생물종들이 있어 농사 외에도 해산물 채취와 소금 획득의 난이도가 더 내려가기 때문이다.

갯벌에는 3가지 종류가 있는데 펄갯벌, 혼합갯벌, 모래갯벌이 그것이다. 서해의 경우 이 세 갯벌이 함께 발달되어 있다. 썰물이 빠져나가면 육지 부근에 고운 진흙으로 이루어진 펄갯벌이 펼쳐져 있고 그 다음에 진흙과 모래의 혼합갯벌 그리고 바닷가에 모래갯벌이 있다. 이는 조수간만의 차가 크기 때문에 이루어진 특이한 형태이다. 조수간만의 차가 크지 않은 대부분의 외국 바닷가에는 모래 갯벌 또는 모래톱만이 있는 경우가 많다.

바닷물이 드나드는 갯벌에서 생활하는 생물들은 생각보다 매우 다양하다. 갯벌은 겉으로는 색다른 것이 없어 보이지만 그 속에 엄청난 밀도의 생물체를 부양하고 있다. 특히 펄갯벌이 넓게 발달한 우리 서해 갯벌에는 생물종의 다양성이 엄청나다. 해조류를 비롯해 게. 조개, 낙지, , 갯지렁이 등 이러한 연체동물들이 진흙 갯벌 속에서 숨을 쉬기 위해 갯벌 위에 구멍을 내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채취하기도 쉬웠다. 게다가 해산물은 기본적으로 소금을 포함해 염분 섭취에 큰 도움이 되었다.

더구나 갯벌에는 함초를 비롯한 짠맛을 가진 염생 식물들이 많아 당시 내륙에서 구하기 힘든 소금을 대신할 수 있어 사람들은 이들 채취에 열을 올렸을 것이다. 게다가 펄갯벌 웅덩이와 바위 위 움푹 파인 곳이나 바위틈에는 소량이나마 햇빛에 마른 흙소금도 구할 수 있었다. 심지어 대륙붕에 고기도 많아 어업도 발달했다. 강 하구 갯벌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살면서 문명이 발달한 이유이다. 이런 연유로 서해갯벌 주변에 고대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지금도 산악지대를 제외한 발해만과 서해안 일대가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곳의 하나이다세계 해안가 곳곳에서는 조개무지, 곧 패총이 발견되곤 한다. 특히 우리나라 서해와 남해에서 무더기로 발견되었는데, 현재 기준으로 약 700개가 넘는 패총이 밀집되어 있었다. 얕은 해안과 갯벌에 많은 플랑크톤이 서식하면서 조개의 성장에 적합한 생태조건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패총에는 굴, 꼬막, 백합, 고둥 등 다양한 종류의 조개껍데기가 발견된다. 그와 함께, 당시 사람들이 먹고 버린 짐승과 물고기의 뼈, 사람들이 쓴 도구도 나온다. 패총은 고대인의 쓰레기장이었지만 이를 통해 그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어찌 보면 패총은 갯벌을 생존 터전으로 활용한 초기인류의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는 보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서해 갯벌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2만년~12천 년 전 빙하기에는 해수면이 지금 보다 120미터나 낮았다. 그래서 그 무렵 한국, 중국, 일본은 서로 붙어있던 대륙이었고, 서해 지역은 해발 약 80미터의 육지였다. 그 무렵에는 황하강과 양자강 그리고 압록강과 한강이 서해평원에서 합류되어 바다로 흘러내렸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강이었다. 그 주변에는 사냥하기 좋은 드넓은 초원이 펼쳐진 초목지대였다고 한다. 그래서 서해평원에서 인류 최초의 문명이 꽃피웠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13천 년 전 인류 최초의 토기가 한반도(제주도 고산리), 일본 열도, 연해주 세 지역에서만 발견되었다. 이곳이 가장 먼저 농경문화가 시작된 곳으로 추정되는 이유이다. 서해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바다 중 하나로 평균 수심이 44미터에 불과하다. 육지의 연장인 낮은 대륙붕인 것이다. 발해만 연안은 더 얕다. 평균수심이 22미터로 세계에서 대양에 접한 바다로서는 가장 수심이 낮은 바다다. 이렇게 육지가 바다로 바뀌는 과정에서 탄생한 게 광대한 서해 갯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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