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종 칼럼] 도지사가 ‘제주여행 오지 말라니’
[김수종 칼럼] 도지사가 ‘제주여행 오지 말라니’
  • 서귀포방송
  • 승인 2020.05.07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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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전 한국일보 논설위원

바이러스 전문가들은 감염을 걱정하고, 정치인들은 경제, 즉 먹고사는 일을 걱정한다. 그런데 30일부터 시작되는 황금연휴를 앞두고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방송TV앞에서 국민들을 향해 “제주로의 여행을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고 말했다. 관광업이 지역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제주도, 그곳 최고 행정책임자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 평소 같으면 “도지사 미쳤다. 당장 끌어내리라”는 여론이 빗발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도 내외 여론은 잠잠한 것 같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회 심리적 공포증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말해준다.

제주도와 거리를 둬 달라는 제주도지사의 호소는 효과가 있을까? 별로 효과가 없을 것 같다. 지난 100일간 사회적 거리두기로 봄 같지 않는 봄에 움츠렸던 마음을 제주 여행으로 해소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제주 관광공사가 25~26일 제주 방문예정자 1000명을 상대로 인터넷 여론조사를 한 결과 '해외여행 대체 여행지'로 제주도를 선택했다는 응답이 가장 많이 나왔다.

제주관광협회는 연휴 기간 관광객 18만 명이 제주도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행기와 여객선 예약을 기초로 산정한 관광객 숫자지만, 실제 관광객은 더 많을 것이다. 그동안 운항 편수를 최소로 줄였던 항공사와 선박회사들이 제주행 편수를 늘리고, 객실이 텅텅 비었던 제주도의 대형 호텔들도 예약률이 70~80%에 이르렀다고 한다. 2월부터 개점휴업 상태에 있는 숙박업소, 여행사, 관광버스와 렌터카, 음식점 등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작년 같은 기간 제주방문객 31만 명에는 못 미치지만 제주 관광업계로선 이 황금연휴에 찾아올 관광객을 오랜 가뭄 후에 내리는 단비처럼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관광업계는 황금연휴를 맞아 희망에 부풀어 있으나, 제주도 공직 사회 및 많은 도민들은 걱정이 태산 같다. 대거 몰려오는 관광객과 함께 바이러스가 지역에 전파될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제주방문 자제를 호소한 원희룡 지사의 브리핑 내용에서 그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그는 공항과 항만 통과 과정에서 국경을 넘는다는 생각으로 강화된 방역 절차의 불편을 감수해야 하고 관광지에서도 발열체크,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고 주의를 환기했다. 그는 이어 “이런 안내에도 증상을 숨기는 경우에는 모든 민·형사상의 책임을 철저히 묻겠다”고 은근한 경고도 곁들였다.

제주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3명이다. 이들은 모두 대구나 외국 등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제주도에 들어온 사람들이며, 민관의 총력 방역에 힘입어 지역 감염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제주도에 근무하는 해군병사가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고향 대구를 방문하고 돌아온 후 2월21일 첫 확진자로 판명되면서 도민에 경각심을 일으켰고, 미국 유학생 모녀가 하와이 대신 제주를 여행하고 서울로 돌아간 후 확진자로 밝혀지자 제주도민들은 충격을 받고 분노했다.

관광객들의 동선(動線)과 방문 업소가 공개될 때마다 가게 문을 닫았으니 관광 업소들이 입는 피해가 줄을 이었다. 관광객 확진자로 주민들이 신경이 날카로워지자 서귀포 시는 관광 축제용으로 가꾸어 꽃이 만발한 가시리 유채꽃밭을 트랙터로 갈아엎는 극단적 조치까지 취했다. 또 제주도는 미국유학생 모녀를 상대로 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코로나19관련 소송 첫 케이스로 국민적 주목거리다.

한국은 바이러스 확진자가 하루 10명 선으로 잘 통제하고 있으나 초기에 잘 대처하다가 감염이 재확산한 싱가포르 등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절대 안심할 수 없다.

제주도 연휴 여행은 정황상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할 수 있다. 비행기나 배, 호텔, 버스, 음식점, 박물관, 실내 관광시설 등에 18만 명의 관광객들이 몰려다니게 된다. 증상이 드러나지 않는 감염자가 한 사람만 있어도 전파가 쉽게 될 수 있다. 제주도 당국만 아니라 중앙방역대책 본부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만약 연휴기간 중 확진자가 한 사람이라도 발생하면 제주도는 물론 나라 전체에 줄 후유증은 심각할 것이다. 정부의 방역 정책에도 큰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

아직 코로나19위기는 계속 중이다. 미국과 유럽의 상황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미국은 확진자 100만 명, 사망자 5만5000명이 넘었다. 100일 동안 5만개의 관이 들어오고 나가는 상황을 상상해보면 공포스러운 일이다.

코로나19 방역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이며, 그 무기는 과학적 대응이다. 관광객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 잘 씻고,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야 하고, 제주 관광업 종사자들도 업소와 주변을 소독하는 등 방역수칙을 잘 지켜야 함은 물론이다.

코로나19사태 이후 많은 사회 변화가 예측된다. 관광 패턴도 달라질 것이다. 당분간 해외여행이 예전처럼 자유롭지 못할 것이 예상됨으로 제주도의 관광산업에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코로나 사태는 원했던 일은 아니지만 제주도의 미래를 위해서도 환경훼손, 불친절서비스, 위생문제,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등에 대한 반성과 공부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뉴스1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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